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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무제한 돈을 찍을 수 있었던 배경 - 우리나라, 미국과는 무엇이 다른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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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무제한 돈을 찍을 수 있었던 배경 - 우리나라, 미국과는 무엇이 다른가

경무탈 2025. 5. 30. 14:50

미국 경제 관련해서 항상 언급되는 게 국가 부채인데, 최근엔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자주 뉴스에 오르내렸다. 문득 일본의 경우도 국가부채가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거기는 왜 오랜 시간 돈을 계속 찍어내는 게 가능했는지 궁금해졌다. 단지 내국인이 국채를 많이 들고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자본주의의 맹점이라도 있는 걸까?

조금 더 깊이 공부해봤는데, 그 과정에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일본의 통화 정책과도 연관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은 **일본, 미국, 한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총부채/순부채 포함)**을 비교하고, 왜 나라별로 대응 방식이 다른지 정리해보겠다.


일본은 왜 돈을 무제한으로 찍을 수 있었을까?

일본은 2024년 기준으로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약 216%**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근데 여기서 놀라운 건, 이 많은 부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부도 위험은 낮고, 오히려 금리는 매우 낮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음:

  1. 내국인의 국채 보유 비중이 매우 높다
    일본 국채의 약 90% 이상이 일본 내 금융기관, 연기금, 은행이 보유하고 있어서 외국인 투자자의 갑작스러운 이탈 위험이 거의 없음.
  2. 일본은행(BOJ)의 적극적인 국채 매입
    중앙은행이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사들이고, 그 대가로 돈을 찍어서 시장에 푸는 구조. 즉, 정부가 돈이 부족하면 BOJ가 국채를 사주며 '직접적'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정부 지출을 지원함.
  3. 낮은 인플레이션과 장기 디플레이션
    일본은 오랫동안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에 시달려 와서 돈을 아무리 풀어도 물가가 잘 안 오르니까,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완화적으로 가져가도 큰 문제가 없었던 것.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엔캐리 트레이드(엔캐리)'**다.


엔캐리 트레이드와 일본의 통화 정책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서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일본의 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전 세계 투자자들이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서 다른 나라에 투자하곤 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멈추거나 금리를 올리겠다는 시그널을 주면, 이 투자자들이 급하게 일본 엔화를 다시 사서 빌린 돈을 갚으려 하고 이를 엔캐리 청산이라고 하는데, 이때 엔화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화 가치가 갑자기 급등하게 된다.

그래서 일본은 이런 외환 시장의 변동성도 고려해서 통화정책을 조심스럽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즉, 무제한 돈을 찍을 수 있는 여건이 있지만, 동시에 글로벌 금융과 연계되어 있어서 긴장감도 함께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한국은 왜 다르게 움직일까?

미국은 기축통화국이자 세계 최대 경제국이지만, 일본처럼 무제한 돈을 찍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 **외국인의 국채 보유 비중이 약 24%**에 달해서, 정부가 과도하게 돈을 찍으면 외국인이 국채를 팔고 달러를 떠날 가능성 큼. 
  • 최근 미국은 금리도 높아, 통화정책 여력이 일본보다 적음.
  • 결정적으로 미국은 부채한도(debt ceiling) 제도가 있어서 의회 승인 없이 부채를 더 늘릴 수 없음.

이 둘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낮고 (총부채 약 46%), 재정 건전성은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다만 고령화로 인해 복지 지출이 늘고 있고, 외국인의 국채 보유 비중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 안심할 수 없다.

 

정리하며

일본이 무제한으로 돈을 찍을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국채 보유자 구성 때문만이 아니라, 일본 내외의 경제 구조, 중앙은행의 행보, 그리고 엔캐리 트레이드 같은 글로벌 금융 흐름이 모두 작용한 결과라는 것. 그리고 같은 부채 수준이라도 국채를 누가 보유하고 있느냐, 국가의 인플레이션 상황은 어떠한가, 중앙은행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